괴산 연풍 호소사 열녀각의 절개 이야기

괴산 연풍 호소사 열녀각의 절개 이야기
충북 괴산군 연풍면의 조용한 마을길을 따라 걷다 보면, 역사와 인간애가 깃든 특별한 공간을 만날 수 있습니다. 행촌마을회관 옆, 커다란 느티나무 그늘 아래 자리한 '이근첩처 호소사 열녀각'이 바로 그곳입니다.
이곳은 단순한 유적지를 넘어, 한 여인의 깊은 사랑과 절개를 전하는 의미 있는 장소입니다. 행촌1길 골목을 따라 들어서면 먼저 눈에 띄는 것은 단정한 기와지붕의 행촌마을회관과 그 옆을 든든히 지키는 180년 된 거대한 느티나무입니다. 이 느티나무는 1982년 괴산군 보호수로 지정되었으며, 높이 14m, 둘레 4.5m에 달하는 위엄을 자랑합니다. 울창한 녹음이 마을 입구에 넉넉한 그늘을 드리워 방문객의 마음을 편안하게 합니다.
느티나무 그늘 아래에는 주민들의 쉼터인 '호소사쉼터'와 함께 붉은 기와를 얹은 소박한 '열녀각'이 자리해 있습니다. 열녀각 옆 안내판에는 이곳에 얽힌 슬프고도 절절한 사연이 기록되어 있습니다.
1836년, 연풍 고을의 이근첩은 모함으로 억울하게 옥에 갇히게 되었습니다. 남편의 긴 수형 생활에 아내 창녕 조씨는 남편의 무죄를 밝히기 위해 한양으로 올라가 관청에 호소하는 결단을 내립니다. 당시 여성으로서 한양까지 가서 억울함을 호소하는 일은 매우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그녀는 결국 남편의 무죄를 밝혀내 석방 소식을 들었으나, 남편은 이미 옥중에서 세상을 떠난 뒤였습니다.
남편의 시신을 고향으로 모신 후, 아내는 남편의 무덤 곁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어 깊은 절개를 지켰습니다. 마을 사람들과 조정은 그녀의 헌신과 슬픈 넋을 기리기 위해 이곳에 호소사 열녀각을 세웠습니다.
열녀각은 붉은 살대 격자 사이로 내부의 현판이 선명히 보이며, 단청의 세월감이 묻어나는 목조 구조물 안에는 '열녀학생이근첩처창녕조씨지려'라는 한자가 새겨진 현판과 소박한 제상이 놓여 있습니다. 화려하지 않지만, 그 안에 담긴 한 여인의 서글픈 헌신과 비장함이 깊은 울림을 전합니다.
열녀각 옆 '호소사쉼터' 정자에 앉아 180년 된 느티나무 잎사귀 사이로 하늘을 바라보면, 과거 이 마을에서 살아간 수많은 이들의 삶과 애환이 스며드는 듯한 느낌을 받게 됩니다.
열녀각을 뒤로하고 행촌마을 골목길을 천천히 걸으면, 병풍처럼 둘러선 능선과 붉은 기와, 낮은 담장이 어우러진 시골 마을의 풍경이 조용하고 평화로운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이곳은 번잡한 관광지와는 달리 고즈넉한 정취를 느낄 수 있는 소중한 공간입니다.
괴산 연풍을 방문할 계획이라면, 화려한 풍경뿐 아니라 이처럼 마을의 역사와 사람들의 이야기가 살아 숨 쉬는 '이근첩처 호소사 열녀각'을 꼭 찾아보시길 권합니다. 커다란 느티나무 그늘 아래에서 한 여인의 깊은 사랑과 절개를 되새기는 경험은 뜻깊고 가슴 따뜻한 여행이 될 것입니다.
위치: 충북 괴산군 연풍면 중앙로 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