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양업 신부와 배티성지의 신앙 여정

최양업 신부와 배티성지의 신앙 여정
충북 진천에 위치한 배티성지는 한국 천주교 역사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닌 곳입니다. 이곳은 최양업 신부님과 여러 선교사들의 사목 중심지였으며, 조선대목구 최초의 신학교가 자리한 곳이기도 합니다. 또한 복자 오반지 바오로와 무명의 순교자들이 안식하는 성지로, 박해시대 비밀 교우촌의 역할을 했던 배티성지는 깊은 신앙의 역사를 간직하고 있습니다.
배티성지는 서운산 자락, 백곡천이 시작되는 배티고개 아래에 자리해 자연 경관이 뛰어납니다. 특히 눈이 내린 다음 날 방문하면 설경이 아름답기로 유명합니다. '배티'라는 이름은 주변에 돌배나무가 많아 붙여진 것으로, 예로부터 사람이 거의 살지 않던 오지였기에 박해를 피해 숨어 살던 천주교 신자들에게 적합한 장소였습니다.
성지에는 네 가지 순례 코스가 마련되어 있어 방문객들은 자신의 체력에 맞는 코스를 선택해 순례할 수 있습니다. 주요 시설로는 대성당, 탄생기념성당, 십자가의 길, 피정의 집, 산상제대, 최양업 신부 박물관, 옛 성당과 신학교, 순교자 묘소 등이 있습니다.
대성당은 최양업 토마스 신부님의 선종을 기념하는 성당으로, 미사 후 내부는 고요하며 스테인드글라스 창문을 통해 은은한 빛이 스며듭니다. 대성당 옆에는 성모 마리아상이 자리하고 있으며, 소원초가 밝게 켜져 있어 신앙의 분위기를 더합니다.
순례길을 따라가면 순교 현양비를 만날 수 있습니다. 이 현양비는 1866년 병인박해 당시 배티와 인근 교우촌에서 체포된 신자들을 관아로 압송하던 포졸들이 주막에서 술을 마시는 동안 신자들을 묶어 놓았던 돌기둥을 기념하는 비석입니다. 1949년 백곡저수지 축조로 수몰되었다가 이곳으로 이전되어 세워졌습니다.
또한 성지에는 형구돌이라 불리는 큰 돌이 있는데, 이는 본래 건축에 사용되던 석물이었으나 박해 시기 신자들의 교수형구로 사용된 아픈 역사를 담고 있습니다. 이러한 유물들은 성지 곳곳에 전시되어 있어 방문객들에게 당시의 고통과 신앙의 깊이를 전합니다.
순례길을 오르다 보면 소나무가 우거진 쉼터와 함께 눈 내린 설경이 어우러진 아름다운 풍경을 감상할 수 있습니다. 탄생기념성당은 최양업 신부님의 탄생을 기념하는 곳으로, 지하경당에는 성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 성 최경환 프란치스코, 복자 오반지 바오로의 유해실과 성체조배실이 마련되어 있습니다. 이곳에도 성모 마리아상과 소원초가 놓여 있어 경건한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성지 아래쪽에는 최양업 신부 박물관이 자리해 그의 생애와 사목 활동을 깊이 있게 조명합니다. 최양업 토마스 신부는 한국 천주교회의 첫 번째 신학생이자 두 번째 사제로, 1836년 유학을 떠나 마카오와 만주 등지에서 신학과 근대 학문을 수학했습니다. 1849년 사제품을 받고 중국인 신자들을 대상으로 사목 활동을 펼친 후, 12월 말에 귀국해 박해받는 신자들을 찾아다니며 성사를 주고 천주가사를 지어 전파한 ‘땀의 순교자’로 불립니다.
박물관은 총 5개의 전시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제1전시실에서는 한국 천주교사의 역사를 살펴볼 수 있으며, 박해 시절 순교자들에게 가해진 형벌틀이 전시되어 있어 당시의 고통을 느낄 수 있습니다. 제2전시실은 최양업 신부님의 생애와 사목 활동을 소개하며, 제3전시실에서는 그의 영상을 통해 동행하며 기도할 수 있는 체험 공간이 마련되어 있습니다.
제4전시실에는 최양업 신부의 라틴어 서한과 다양한 저술, 한국 가톨릭 관련 유물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제5전시실에서는 그의 일대기를 담은 단편 영화 ‘탁덕 최양업’을 감상할 수 있으며, 이어지는 6관 기획전시실에서는 닥종이 인형전이 열리고 있습니다. 이 전시에서는 순교자들의 삶과 신앙을 닥종이 인형으로 표현했으며, 정 아녜스 수녀님의 작품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배티성지는 한국 천주교 대표 성지 중 하나로, 순교자들의 아픔과 신앙의 불꽃이 살아 숨 쉬는 곳입니다. 순례길을 걸으며 그들의 희생을 묵념하고, 최양업 신부님의 업적을 되새기는 소중한 시간을 가질 수 있습니다. 특히 눈 내리는 날 방문하면 더욱 아름다운 풍경과 함께 깊은 신앙의 의미를 체험할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