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천 비행장길 보랏빛 버베나의 가을 풍경

제천 비행장길, 가을을 알리는 보랏빛 버베나
충청북도 제천시의 제천비행장 일대는 가을이 시작되는 9월 초, 특별한 풍경으로 방문객을 맞이합니다. 한때 비행기가 이착륙하던 넓은 활주로 주변에 보랏빛 버베나 꽃들이 바람에 흔들리며 계절의 변화를 알리고 있습니다. 하늘에는 여름의 흔적인 커다란 구름이 떠 있지만, 땅 위의 풍경은 이미 가을을 준비하는 모습입니다.
버베나는 우리말로 버들마편초라 불리며, 작은 꽃들이 둥글게 모여 피고 가느다란 줄기가 길게 뻗어 바람에 꽃밭 전체가 파도처럼 움직이는 것이 특징입니다. 화려한 한 송이보다는 여러 송이가 모여 있을 때 더욱 아름다움을 자아내며, 넓고 열린 비행장 공간과 잘 어울립니다.
역사와 변화가 공존하는 제천비행장
제천비행장은 1950년대 비행훈련 목적으로 약 18만㎡ 규모로 조성되었으며, 1975년 헬기 예비작전기지로 전환되었습니다. 이후 실제 항공기 이착륙은 거의 이루어지지 않아 군사시설로만 남아 있었습니다. 그러나 도시가 확장되면서 비행장 주변에 아파트와 학교, 도로가 들어서고 시민 생활공간과 가까워졌습니다.
2004년 제천시와 군이 합의해 산책 등 제한적 이용이 가능해졌으나 군사시설 지위로 인해 행사나 사업 추진에는 국방부 허가가 필요했습니다. 2021년 시민단체와 지역사회가 비행장 시민 환원을 요구하는 운동을 벌였고, 6만 명 이상의 서명이 모여 같은 해 12월 군사시설에서 해제되었습니다. 2022년 군사시설 용도 폐지 절차가 완료되었으며, 2026년에는 제천시가 활주로 일부를 매입해 시민 공간으로 활용할 기반을 마련했습니다.
비행장길, 시민의 휴식과 자연이 어우러진 공간
현재 제천비행장길은 단순한 꽃길이 아니라, 도시 공간을 시민을 위해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에 대한 오랜 고민의 결과물입니다. 활주로의 직선과 보랏빛 버베나 꽃밭이 어우러져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풍경을 만들어냅니다. 꽃밭 사이 작은 길을 걷다 보면 자연과 도시의 속도가 느려지는 듯한 평화로운 느낌을 받을 수 있습니다.
꽃은 과거를 지우는 것이 아니라 그 시간을 기억하는 또 다른 방식입니다. 콘크리트 활주로와 '비행장길'이라는 이름은 과거를 숨기지 않으며, 군사시설이었던 공간 위에 시민의 산책과 꽃이 더해져 새로운 의미를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계절마다 다른 꽃과 함께하는 제천 여행
제천시는 비행장 주변에 계절별 꽃밭을 조성해 시민과 방문객이 자연을 즐길 수 있도록 했습니다. 봄에는 다른 꽃들이 피고, 여름을 지나 가을에는 버베나가 보랏빛으로 흔들리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메밀꽃 등 다양한 경관작물도 함께 심어져 풍성한 볼거리를 제공합니다.
9월의 제천 하늘은 여름의 크고 무거운 구름과 가을의 부드러운 햇빛이 공존합니다. 꽃 사이를 지나는 바람은 계절의 변화를 느끼게 하며, 가을은 어느 날 갑자기 오지 않고 꽃의 색이 깊어지고 그림자가 길어지며 하늘을 바라보는 순간들이 쌓여 찾아옵니다. 제천 비행장길에서 만나는 가을은 그렇게 시작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이곳 버베나 꽃말처럼 "당신의 소망이 이루어지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 제천의 가을 풍경을 전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