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광이 품은 장령산의 가을

Last Updated :
폐광이 품은 장령산의 가을

여름과 가을이 교차하는 장령산

9월의 장령산자연휴양림은 여름의 짙은 초록과 가을의 조용한 변화가 함께 머무는 곳이다. 더위가 완전히 물러난 것은 아니지만 한여름과 비교하면 공기의 기세가 누그러지고, 숲 곳곳에서는 계절이 바뀌고 있다는 흔적이 조금씩 드러난다.

충청북도 옥천군 군서면 장령산 자락으로 들어서면 도시의 소음은 점차 멀어진다. 그 빈자리를 계곡의 물소리와 울창한 숲의 기운이 채운다. 사람이 붐비는 한여름 성수기를 지난 뒤라면 휴양림의 넓은 공간과 시설 배치, 숲길의 구조도 한층 선명하게 살펴볼 수 있다.

장령산자연휴양림의 가을은 화려한 변화보다 천천히 달라지는 숲의 표정을 관찰하며 걷기에 어울리는 시간이다.

해발 656m 장령산과 금천계곡

장령산은 해발 656m 높이의 산이다. 아주 높은 산은 아니지만 울창한 숲과 계곡을 함께 품고 있다. 휴양림을 따라 흐르는 금천계곡은 장령산의 자연경관을 이루는 중심 공간 가운데 하나다.

비가 내린 뒤에는 계곡물이 불어나 바위 사이를 힘차게 흘러간다. 오랜 시간 물에 씻긴 바위는 둥근 형태를 띠고, 물줄기는 바위 사이에 형성된 길을 따라 자연스럽게 아래로 이어진다. 흐르는 물과 숲이 맞닿은 풍경은 휴양림 안쪽으로 들어갈수록 더욱 가까이 펼쳐진다.

계곡을 가로지르는 출렁다리는 파란색 기둥과 초록색 바닥으로 구성돼 있다. 숲속에서도 쉽게 구분할 수 있는 색상이며, 전체적인 형태는 화려한 장식보다 단순하고 실용적인 모습에 가깝다. 다리를 건너 위쪽으로 이동하면 탐방할 수 있는 길이 끝나는 지점도 만날 수 있다.

성수기가 지난 야영 공간

휴양림 안쪽의 야영 데크는 이용객이 많지 않은 시기에 한층 조용한 풍경을 보여준다. 파라솔이 펼쳐진 채 남아 있고, 비가 내린 뒤에는 평상 위로 빗물이 맺힌다. 은행나무 줄기에 묶인 주황색 밧줄은 숲을 지나는 바람에 따라 천천히 흔들린다.

한여름에는 자리를 잡기 위해 이른 시간부터 방문객이 이어질 수 있는 공간이지만, 성수기가 지나면 같은 장소도 전혀 다른 인상을 전한다. 사람이 적어지면 평상이 놓인 간격과 물길의 방향, 나무와 보행로 사이에 남겨진 공간처럼 붐빌 때 놓치기 쉬운 요소가 눈에 들어온다.

많은 사람이 찾는 휴양지의 기능뿐 아니라 숲과 계곡이 가진 본래의 모습을 차분히 살펴볼 수 있다는 점이 이 시기 장령산의 특징이다.

폐광에서 숲속동굴로

장령산자연휴양림 안쪽으로 조금 더 들어가면 차량 진입 금지 표지판 옆에서 바위를 본뜬 조형물을 볼 수 있다. 조형물에는 장령산 숲 속동굴이라는 글자가 표시돼 있다.

현재는 여행객이 관람하는 공간이지만 처음부터 관광을 목적으로 조성된 동굴은 아니다. 이곳은 과거 구 동국광산으로 사용됐다. 1964년 철광석 채굴을 위해 개발됐으며 1985년 폐광됐다.

1964년 무렵 광업은 국가의 중요한 기간산업 가운데 하나였다. 철광석을 캐던 광산은 당시 산업 현장의 한 부분이었다. 이후 산업 구조가 변화하는 과정에서 광산은 운영을 멈췄고, 폐광된 공간은 오랜 기간 닫힌 상태로 남았다.

위험을 막기 위해 폐광을 폐쇄된 공간으로 유지하는 방법도 있었지만 옥천군은 이곳을 다시 정비해 사람들이 찾을 수 있는 숲속동굴로 바꿨다. 과거 광업의 흔적을 없애는 대신 폐광의 역사를 남기면서 새로운 관람 공간으로 활용한 사례다.

연중 12도에서 14도의 내부 온도

숲속동굴에 들어서면 바깥과 다른 온도가 먼저 느껴진다. 동굴 내부는 연중 약 12도에서 14도를 유지한다. 바깥 기온이 30도를 넘는 여름이나 영하로 내려가는 겨울에도 내부 온도는 비교적 일정하게 유지된다.

특히 더운 날에는 입구를 지나 몇 걸음 만에 온도 차이를 뚜렷하게 체감할 수 있다. 여름철에도 내부는 서늘하므로 체온 변화에 대비하려면 얇은 겉옷을 준비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동굴의 길이는 약 100m다. 긴 탐방로는 아니지만 폐광의 흔적과 조명, 여러 전시 요소를 차례로 살펴볼 수 있도록 통로가 이어진다. 바닥에는 벽돌이 깔려 있고 벽면에는 인조 동굴 구간이 조성돼 있다. 랜턴 형태의 조명은 노란빛과 초록빛을 번갈아 비추며 어두운 통로의 형태를 드러낸다.

정비 과정까지 보여주는 현장

동굴 내부에는 공간을 정비하던 당시의 사진이 걸려 있다. 완성된 관람 시설만 제시하는 데 그치지 않고 폐광이 현재의 숲속동굴로 바뀌는 과정도 함께 보여준다.

통로 중간의 사진에는 겨울 산비탈에 비계를 세우고 흰 안전모를 착용한 사람들이 작업하는 모습이 담겨 있다. 이 기록은 광산이 운영되던 과거뿐 아니라 폐광을 다시 개방하기까지 필요했던 정비 과정과 노동도 확인할 수 있게 한다.

장령산 숲속동굴은 과거의 용도를 감추지 않고, 철광석을 캐던 장소가 현재의 관람 공간으로 전환된 과정을 함께 드러낸다.

소원바위와 중봉 조헌 이야기

동굴 안쪽에는 소원바위가 자리한다. 소원바위는 임진왜란 당시 의병장 중봉 조헌이 승리를 기원했다는 이야기에서 가져온 소재다.

바위는 유리 기둥 안에 놓여 있으며 인조 덩굴이 주변을 감싸고 있다. 위쪽에서 내려오는 조명은 바위와 장식물을 비추며 동굴 안쪽에 별도의 관람 지점을 만든다. 방문객은 통로를 따라 이동하다 이곳에서 잠시 머물며 내부 구성을 살펴볼 수 있다.

철광석을 채굴하던 산업 공간 안에 지역과 관련된 역사적 소재를 배치하면서 폐광의 흔적과 이야기 요소가 한 공간에서 이어진다.

빛과 물이 만나는 소원폭포

소원바위 옆에는 소원폭포가 조성돼 있다. 암벽을 따라 물이 흘러내리고 파란색과 초록색 계열의 조명이 더해져 젖은 벽면이 반짝인다.

광산으로 사용될 당시에는 철광석을 캐던 곳이었지만 현재는 흐르는 물과 조명이 중심이 되는 관람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 물길과 색채 조명이 어두운 동굴 환경과 대비되면서 통로 안에 또렷한 장면을 만든다.

동굴의 일정한 온도와 물소리, 벽면에 비치는 빛이 겹치면서 바깥 숲과는 다른 분위기가 형성된다. 자연휴양림의 숲길을 걷다가 폐광을 정비한 내부 공간으로 들어가는 흐름도 장령산 숲속동굴 탐방의 특징이다.

다양한 바람이 모인 소원 걸이대

동굴 내부의 소원 걸이대에는 방문객들이 남긴 수많은 소원패가 걸려 있다. 소원패에는 합격과 취업, 건강, 화해처럼 일상에서 바라는 여러 내용이 손글씨로 적혀 있다.

정성스럽게 쓴 글씨와 빠르게 적은 듯한 글씨가 함께 보이며 이름을 남긴 소원패도 있다. 서로 다른 크기와 형태의 글씨가 유리 안쪽에 이어지면서 방문객들이 각자의 바람을 남긴 공간을 이룬다.

과거에는 철광석을 꺼내던 장소였지만 지금은 사람들이 소원을 남기고 돌아가는 곳으로 기능이 달라졌다. 산업 현장이었던 폐광의 역사와 현재 방문객의 흔적이 한 통로 안에서 함께 확인된다.

동굴 밖에서 다시 만나는 9월

연중 12도에서 14도 수준을 유지하는 동굴에서 나오면 바깥 공기의 온도가 즉시 다르게 느껴진다. 9월에도 낮 기온이 높을 때는 동굴 내부와 외부의 차이가 크다. 출입구를 경계로 서늘한 공기와 늦여름의 더운 공기가 몇 초 사이에 교차한다.

숲의 계절도 한순간에 바뀌지는 않는다. 초록빛이 남아 있는 가운데 흐린 날과 비 오는 날이 이어지고, 해가 떠 있는 시간도 조금씩 짧아진다. 장령산자연휴양림에서는 이런 변화를 계곡과 나무, 젖은 평상과 한적한 산책로를 통해 차분히 관찰할 수 있다.

비가 내리고 방문객이 줄어든 시기에는 사람이 떠난 자리가 더욱 넓게 보인다. 반면 물이 불어난 금천계곡과 빗물에 젖은 숲은 계절 변화가 진행되고 있다는 사실을 선명하게 보여준다.

장령산자연휴양림 이용 정보

구분내용
장령산자연휴양림 위치충청북도 옥천군 군서면 장령산로 519
숲속동굴 위치충청북도 옥천군 군서면 금산리 산 17
관람 시간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관람료무료
예약별도 예약 없이 입장
동굴 길이약 100m
내부 온도연중 약 12도에서 14도

주차 요금과 면제 대상

차량 또는 대상요금
경차1,000원
소형 차량3,000원
대형 차량10,000원
옥천군민면제
국가유공자면제
장애인면제

숲속동굴은 별도의 예약 없이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내부 온도가 낮게 유지되는 만큼 더운 계절에도 얇은 겉옷을 준비하면 온도 차이에 대응하기 좋다.

숲과 산업의 역사를 함께 걷는 길

장령산자연휴양림에서는 금천계곡과 출렁다리, 야영 데크, 숲길을 차례로 살펴볼 수 있다. 여기에 1964년 개발돼 1985년 폐광된 구 동국광산을 정비한 숲속동굴이 더해지면서 자연경관과 산업의 흔적을 한 자리에서 만나는 탐방지가 됐다.

동굴 안에는 정비 공사 사진과 소원바위, 소원폭포, 소원 걸이대가 이어진다. 밖으로 나오면 장령산의 숲과 계곡이 다시 펼쳐진다. 폐광의 역사를 지우지 않고 관람 공간으로 되살린 점은 이곳의 성격을 분명하게 보여준다.

장령산자연휴양림과 숲속동굴은 숲의 계절 변화, 금천계곡의 물길, 철광석 광산의 역사와 폐광 활용 과정을 한 번에 살펴볼 수 있는 옥천의 공간이다.

폐광이 품은 장령산의 가을
폐광이 품은 장령산의 가을
폐광이 품은 장령산의 가을 | 충북진 : https://chungbukzine.com/5808
서울진 부산진 경기진 인천진 대구진 제주진 울산진 강원진 세종진 대전진 전북진 경남진 광주진 충남진 전남진 충북진 경북진 찐잡 모두진
충북진 © chungbukzine.com All rights reserved. powered by modoo.i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