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리 위에 피어난 가을

충북 제천 청풍호에 오랫동안 교통을 담당했던 옛 다리가 가을 정원으로 돌아왔다. 1985년 준공된 옛 청풍교가 국화와 억새, 휴식 공간을 품은 청풍호 바람달정원으로 새롭게 활용되고 있다.
충청북도는 2026년 10월 1일부터 31일까지 한 달 동안 청풍호 바람달정원을 특별개장한다. 매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관람할 수 있다. 이번 개장은 2027년 3월 정식 개장을 앞두고 방문객의 이동 동선과 시설 운영 방식, 보완 사항을 점검하는 시범운영이기도 하다.
옛 청풍교의 새로운 출발
옛 청풍교는 1985년 준공된 길이 315m, 폭 10m 규모의 왕복 2차로 교량이다. 청풍호반의 동쪽과 서쪽을 연결하며 오랜 기간 지역 교통의 한 축을 맡았다.
2012년 현재의 청풍대교가 완공되면서 옛 청풍교는 교통시설로서의 역할을 마쳤다. 충청북도는 이 교량을 철거하지 않고 기존 구조물을 보강해 사람이 걷는 정원으로 전환하는 방식을 선택했다. 차량이 오가던 상판은 꽃과 풀을 감상하고 호수를 조망하는 보행 공간으로 바뀌었다.
새로운 시설을 처음부터 세우는 대신 기존 교량에 새로운 쓰임을 부여했다는 점이 바람달정원의 핵심이다. 충청북도는 이를 폐교량을 정원으로 재활용한 전국 최초 사례로 소개하고 있다.
정원보다 먼저 살핀 안전
노후 교량을 관광객이 걷는 공간으로 바꾸기 위해 가장 먼저 점검한 분야는 안전이었다. 2025년 실시한 정밀안전진단에서 교량의 구조적 안전성은 A등급을 받았지만, 노후화와 손상 정도를 평가하는 상태평가는 D등급으로 나타났다.
충청북도는 약 19억 원을 투입해 주요 부재와 교면을 보수하고 포장했다. 보수공사가 끝난 뒤 상태평가는 A등급으로 개선됐다. 기존 구조물의 상태를 점검하고 필요한 보강을 마친 뒤 정원 조성에 들어간 것이다.
청풍교 정원화 사업은 약 36억1천만 원 규모로 계획됐다. 안전펜스와 관광 조형물 등 기반시설을 설치한 뒤 조경 식재와 실내 공간, 조명 등 정원시설을 단계적으로 더했다. 단순히 오래된 다리에 꽃을 심는 데 그치지 않고 안전과 이용 환경을 함께 정비한 사업이다.
315m 호수 전망 정원
청풍호 바람달정원은 한곳에 머물며 둘러보는 일반적인 정원과 형태가 다르다. 폭 10m, 길이 315m인 교량을 따라 정원이 길게 이어진다. 길 양옆에는 억새와 그라스, 국화를 비롯한 계절 초화류가 자리하고 곳곳에 벤치와 휴식 공간이 마련돼 있다.
교량이 청풍호를 가로지르는 구조여서 별도의 전망대를 새로 세우지 않고도 긴 호수 조망 공간을 확보했다. 차량으로 건널 때 빠르게 지나쳤던 풍경을 이제는 걸음을 멈추고 천천히 바라볼 수 있다.
한쪽에는 자동차가 오가는 청풍대교가 있고, 바로 옆에는 사람을 위한 정원으로 바뀐 옛 청풍교가 나란히 놓여 있다. 서로 다른 역할을 맡은 두 다리와 청풍호, 주변 산세가 한 장면에 들어온다. 가을 햇빛을 머금은 억새 사이로 청풍대교의 케이블이 겹치면서 오래된 교량과 현재의 교량이 자연스럽게 대비된다.
이곳은 사람들이 걷는 길이자 청풍호를 바라보는 전망 공간이며, 계절마다 달라지는 식물을 만나는 정원이다.
바람과 달을 담은 이름
청풍호 바람달정원이라는 이름은 2025년 전 국민을 대상으로 진행한 명칭 공모를 통해 정해졌다. 모두 565건의 제안이 접수됐으며 전문가 심사와 내부 검토를 거쳐 최종 명칭이 선정됐다.
이름에 담긴 바람과 달은 지역을 상징해 온 ‘청풍명월’과 연결된다. 청풍호 위로 바람이 지나고 달빛이 머무는 정원의 성격을 우리말로 풀어낸 명칭이다. 주변을 가리는 높은 건물이 거의 없어 호수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느낄 수 있고, 청풍호와 산의 풍경도 산책로를 따라 계속 이어진다.
봄에 이어 만나는 가을 풍경
청풍호 바람달정원의 공개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26년 4월 청풍호 벚꽃축제 기간에 맞춰 4월 6일부터 12일까지 7일 동안 특별개장한 바 있다.
당초 2026년 6월 정식 개장이 계획됐지만 편의시설 보강과 운영 준비가 이어지면서 일정이 조정됐다. 현재 정식 개장 목표는 2027년 3월이다.
봄 특별개장이 벚꽃과 함께했다면 10월에는 국화와 은빛 억새를 비롯한 여러 초화류와 그라스가 정원을 채운다. 청풍호 주변 산도 점차 단풍으로 물들어 정원의 식물과 호수, 산이 함께 계절을 바꾸는 모습을 보여준다.
잠시 머무는 바람달 쉼터
다리 위에는 실내에서 잠시 쉴 수 있는 바람달 쉼터도 마련됐다. 작은 집 형태의 건물 안에 테이블과 의자가 놓여 있고, 큰 창을 통해 바깥 정원을 바라볼 수 있다.
다리 위는 시야가 탁 트인 대신 그늘이 많지 않다. 햇볕이 강하거나 기온이 높은 시간에는 쉼터가 휴식 공간 역할을 한다. 현재는 정식 개장 전 특별운영 기간인 만큼 일부 편의시설에 대한 추가 보강도 이어지고 있다.
주말 문화와 체험 프로그램
10월 특별개장 기간에는 주말을 중심으로 문화공연과 체험 프로그램이 운영된다. 다육식물을 활용한 화분 만들기 체험과 지역 예술인이 참여하는 문화공연이 마련된다.
공연은 10월 토요일 오후 2시를 중심으로 예정돼 있다. 다육식물 화분 만들기는 주말에 무료로 진행되며 준비된 재료가 소진되면 일찍 끝날 수 있다. 날씨와 운영 상황에 따라 일정이 달라질 가능성도 있다.
방문 인증과 만족도 조사, 정원에서 촬영한 사진을 활용한 후기 행사도 진행된다. 연인과 가족, 친구가 추억을 남길 수 있는 사랑의 자물쇠 프로그램도 마련돼 있다.
정식 개장 위한 운영 점검
이번 특별개장은 완성된 시설을 공개하는 행사에만 머물지 않는다. 실제 방문객이 어느 방향으로 움직이는지, 어떤 시설에 오래 머무는지, 관람 동선과 편의시설에 불편한 점은 없는지를 확인하는 기간이다.
현장에서 확인된 운영 결과는 2027년 3월 정식 개장을 준비하는 과정에 활용될 예정이다. 이에 따라 2026년 10월의 바람달정원은 이용객을 맞으며 최종 운영 방식을 다듬는 공간으로 볼 수 있다.
청풍호 관광지를 잇는 길
제천시는 청풍교를 중심으로 주변 관광지를 연결하는 ‘청풍호 청풍명월길’ 조성을 추진하고 있다. 전체 계획은 4개 주제의 길로 구성되며 총연장은 6.1km다.
- 청 맑은 길 청풍문화유산단지에서 청풍교와 망월산으로 이어지는 구간
- 풍 바람길 청풍교에서 만남의광장으로 이어지는 구간
- 명 밝은 길 청풍문화유산단지에서 청풍호반케이블카를 연결하는 구간
- 월 달맞이 길 망월산 일원을 걷는 구간
사업은 2032년까지 단계적으로 추진될 계획이다. 현재 청풍 지역에는 청풍문화유산단지와 청풍호반케이블카, 청풍나루, 청풍랜드 등 여러 관광자원이 있다. 바람달정원과 청풍명월길은 개별적으로 이용되던 관광지를 걷는 길과 정원으로 연결해 방문객이 청풍호 주변에 더 오래 머물도록 하는 구상이다.
수몰 전 청풍을 만나는 곳
바람달정원과 함께 둘러볼 만한 곳으로 청풍문화유산단지가 있다. 청풍 지역은 충주댐 건설 과정에서 상당 부분이 수몰됐다. 수몰지역에 있던 문화유산을 이전하고 복원하며 당시 주민들의 생활상을 기록하기 위해 현재의 단지가 조성됐다.
향교와 관아, 민가, 석물 등을 살펴보면 지금은 호수 아래에 잠긴 옛 청풍의 모습을 이해할 수 있다. 10월 운영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이며 입장은 종료 1시간 전에 마감된다.
바람달정원이 새롭게 변화한 오늘의 청풍을 보여준다면 청풍문화유산단지는 호수가 만들어지기 전 청풍의 역사와 생활을 전한다. 두 장소를 함께 둘러보면 청풍의 과거와 현재를 한 흐름에서 살펴볼 수 있다.
높이와 물 위에서 보는 청풍호
청풍호반케이블카는 청풍면 물태리에서 비봉산 정상까지 약 2.3km를 연결한다. 바람달정원에서는 호수와 비슷한 높이에서 물길과 다리를 바라보고, 비봉산 정상에서는 청풍호와 주변 산세가 펼쳐진 모습을 넓게 내려다볼 수 있다.
청풍나루에서는 충주호크루즈를 이용해 호수 위 풍경을 볼 수 있다. 2026년 기준 청풍나루 왕복코스의 운항시간은 약 1시간 30분이다. 배에서는 청풍문화유산단지와 옥순봉, 구담봉, 금수산 등 청풍호 주변 경관을 감상할 수 있다.
충주호크루즈 청풍나루는 승선자 전원의 신분증을 지참하고 출항 30분 전까지 선착장에 도착하도록 안내하고 있다. 운항 일정은 날씨와 수위, 운항 여건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청풍호반케이블카 역시 계절과 월별로 운영시간과 휴장일이 달라질 수 있다.
청풍호 하루 여행 동선
하루 일정이라면 오전에 청풍문화유산단지에서 수몰 이전 청풍의 역사와 문화재를 살펴본 뒤 청풍호반케이블카를 타고 비봉산 정상에서 호수의 전체 지형을 바라보는 순서로 이동할 수 있다.
시간이 맞으면 청풍나루에서 유람선을 타고 물 위의 청풍호를 둘러볼 수 있다. 오후에는 바람달정원으로 이동해 315m 길이의 정원을 천천히 걷는 일정이 가능하다.
문화유산단지에서는 청풍의 과거를 만나고, 케이블카에서는 청풍호 전체를 내려다보며, 유람선에서는 물 위 풍경을 경험하고, 바람달정원에서는 호수 가까이에서 직접 걷게 된다. 서로 다른 높이와 시선으로 하나의 청풍호를 살펴보는 여행이다.
주차 뒤 300m 도보 이동
바람달정원 진입도로 끝에는 별도의 방문객 주차장이 없고 차량 진입도 제한된다. 현장 안내에 따라 정원에서 약 300m 떨어진 공용주차장을 이용한 뒤 걸어서 이동해야 한다.
주말에는 방문객이 늘어날 수 있으므로 주차 후 이동하는 시간까지 고려하는 편이 좋다. 다리 위에 그늘이 많지 않은 점과 날씨에 따라 프로그램 및 관람시간이 변경될 수 있다는 점도 함께 살펴야 한다.
가을 특별개장 핵심 정보
| 운영 기간 | 2026년 10월 1일부터 10월 31일까지 |
|---|---|
| 운영시간 | 매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
| 위치 | 충북 제천시 청풍면 옛 청풍교 일원 |
| 규모 | 길이 315m, 폭 10m |
| 주요 시설 | 조경 식재 공간, 전망 공간, 포토존, 벤치, 휴게공간, 실내 쉼터 |
| 주말 프로그램 | 정원 체험과 지역 예술인 문화공연 등 |
| 관련 행사 | 방문 인증, 만족도 조사, 사진 후기, 사랑의 자물쇠 등 |
| 정식 개장 목표 | 2027년 3월 |
| 주차 | 진입부에 별도 주차장이 없어 약 300m 떨어진 공용주차장 이용 후 도보 이동 |
철거 대신 다시 쓰는 다리
1985년부터 사람과 차량의 이동을 책임졌던 청풍교는 2012년 교통시설의 임무를 마친 뒤 새로운 역할을 얻었다. 이제는 반대편에 빨리 도착하기 위한 다리가 아니라 걸음을 늦추고 꽃과 호수를 바라보며 쉬어 가는 정원이다.
기존 기반시설의 안전성을 보강하고 새로운 기능을 입힌 바람달정원은 오래된 시설을 다시 활용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앞으로 청풍명월길 조성이 이어지면 청풍문화유산단지와 망월산, 청풍호반케이블카 등 주변 관광지를 잇는 보행관광의 한 지점으로 역할이 넓어질 전망이다.
2026년 가을 특별개장은 10월 31일까지 이어진다. 봄 벚꽃철에 이어 두 번째 계절을 맞은 청풍호 바람달정원은 2027년 3월 정식 개장을 준비하며 청풍호의 가을 풍경을 가까이에서 만나는 공간으로 방문객을 맞고 있다.
